북한산 숨은벽(해골바위)

2022. 11. 5. 00:14근교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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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구파발 지하철역 1번 출구에서 북한산 산행을 위해 직장동료 4명과 만났다

 

오늘 산행 코스는 밤골→해골바위→숨은벽위회→호랑이굴→백운대→대남문→문수봉→비봉→향로봉→족두리봉을 경유 연신내로 하산하여 뒷풀이 예정이다

 

8시에 송추행 버스를 타고 노고산 서대문 은평교장 입구에 내렸다

이곳을 이용하면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되으므 자주 이용한다

계곡을 타고 올라가는 등산로라 바람이 없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 땀이 흐른다

20분쯤 올라가 염초봉 분기점부터 바람도 좀 불고 등산객들도 만날 수 있었다

경숙이 오랜만의 산행인지 무척 힘들어 한다

협심증으로 심장이 안좋다는 말을 듣고부터는 무척 안타갑다

어떻게 도와줄 방법은 없고

난소암 수술로 건강이 더 안 좋았던 깨순이는 젊어선지 전문 산악인 처럼 야무지게 산을 잘도 오른다

뒤쳐지는 경숙이의 짐을 나와 용현 선배가 배낭에 나누어 넣었다

뒤쳐질 만도 하다

도시락 2개에 과일 등 많이도 싸왔다

전망이 좋은 장소를 찾아 좀 쉬어야 겠으나 마땅한 곳이 안보인다

편히 앉기는 그랬으나 좀 넓직한 바위가 보여 땀에 젖은 배낭을 내려놨다

아직 제철이 아닌 아오리 사과를 꺼내 깍았는데 맛이 제법 들었다

 

마냥 앉아서 쉬었으면 좋겠는데 갈길이 아득하니 그럴 순 없다

산행을 계속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쉬기 전 보다 더 힘이 빠진다

몇 걸음 안 움직였는데 숨소리가 턱에 걸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 더위에도 많은 산객들이 산에 오른다

(마당바위에서 바라본 해골바위)

 

마당바위에 오르려니 전번 이곳에 왔을 때 생각이 떠 오른다

이 마당바위를 오르기 위해서는 바위 초입에 매어 놓은 로프를 잡고 올라야만 되는데 어느 산 꾼이 이 로프를 풀어 간 것이다

그래서 우회한 기억이 난다

오늘은 두 줄이 매어져 있어 줄을 잡고 오를 수 있었다

그래도 초보자나 여성들은 좀 오르기 까다롭다

사진 상으로는 경사각이 별거 아닌 것 같이 보이는데 바위 양편은 낭떨어지고 경사각도 만만치 않다

그래도 우리 일행들은 무사히 마당바위를 올랐다

(숨은벽을 배경으로 멋진 포즈를)

 

이곳 마당바위는 사방이 탁 트여 조망이 절경이다

마당바위 소나무 밑에 자리를 펴고 앉았다

막걸리 한잔에 사방으로 보이는 북한산 경치를 안주 삼는다

안주가 너무 좋은 것인지 막걸리 맛이 꿀 맛이다

낮 익은 얼굴이 보여 인사를 했다

산행정보를 제공해주는 “한국의 산하”에 산행기를 많이 올리는 분이었다

그동안 좋은 산행정보 고맙다고 했더니

사진 한장 찍어주겠단다 다음번 산행기를 인터넷에 올릴 때 꼭 우리사진도 띠워주겠단다

( 저멀리 아득히 도봉산 능선들이 보인다  오봉, 만장대)

 

한참 휴식을 취한후 마당바위에서 자리를 정리후 다음 목적지를 향했다

그런데 숨은벽 앞 능선에서 사고가 났다

세상에 이런 일이------

정경숙이 도저히 넘어 질 수 없는 곳에서 방심을 했는지 오래 만의 산행이라 몸이 경직되었는지

그만 깡총 뛰다가 넘어졌다

등산복 무릎부위가 조금 상했다

무릎만 다친 줄 알고 등산복이야 잘라서 반바지를 만들면 되지 했는데

그게 아니다 양말을 벗겨보니 왼쪽 복숭아 뼈 부근이 엄청 부어올랐다

얼마나 고통이 심할까 걱정이 된다

정상부근에서 이런 일이 생겼으니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다

우선 아직 얼음이 녹지 않은 채 있는 물병으로 얼음 찜질을 해보았다

냉기 때문에 부기가 좀 가라앉는 듯 보였다

걸을 수 있냐고 물으니 본인은 정상까지 가잖다

 

그러기에는 무리인 것 같아서 계곡으로 내려가 점심을 먹으면서 좀 쉬기로 했다

좀 쉬면 나아질 것 같아서 점심 후 한참을 넓은 바위 위에 누워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하늘만 쳐다보았다

오늘 비 소식이 없었는데 한 두 방울 떨어진다

오랜만에 맞아보는 빗방울이라 그런지 아니면 찜통 더위 속에서 맞아보는 빗방울이라 그런지 한두 방울이 나를 향해 떨어지는데 싫지는 않다

빗방울이 갑자기 세차게 내린다

금방 그칠 것 같아 짐들을 챙기지도 안았는데 세차게 내리니 걱정이 된다

펴놨던 돗자리를 머리에 뒤집어 쓰고 앉았지만  펼쳐 놓았던 짐들이 다 젖는다

금방 그칠 것 같지 않아 등산화를 챙겨 신고 어디로 피해 봐야 할 것 같아 나무 밑으로 우선 피해봤지만 안되겠다

할수 없이 우비 등 뒤집어 쓸만한 것들을 뒤집어 쓰고 빗소리를 들으면 하산했다

이 빗속에 지금 산을 오르는 사람들도 있다

어차피 젖은 옷 내리는 비에 무방비로 산들을 오른다

다친 다리에도 불구하고 잘 따라 내려오는 경숙이가 고맙다

여기서 아프다고 하면 어쩔까 걱정이었는데

무리일 것 같아 비를 피 할 수 있는 바위 밑을 찾아 앉았다

 

잠시 앉아 물 한 모금씩 마시고 영양갱을 꺼내는데 남녀 두 분이 우리가 쉬고 있는 곳에서 걸음을 멈춘다

먹을 것을 나눠주면서 잠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남자분이 성악가란다

과거에 MBC권투에서 애국가를 전속으로 불렀단다

자기도 이 근처에서 목청을 가다듬으려던 참에 우리를 관객 삼아 2곡의 가곡을 불러 보겠다 한다

비가내리는 바위위에 걸터 앉아 그리운 금강산, For get me not 등 2곡을 멋지게 불러주어 우리를 감동케했다

중견성악가인 김00 이라했는데 이름을 잊었다

(열창에 빗소리를 더한 박수세레를 보냈다)

 

내리는 비는 우리 하산 길 끝가지 내릴 것 같은 분위기다

밤골, 사기막에서 올라오는 분기점 부근에서 빗줄기가 좀 수구러드는 듯--

도로위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가 들린다

이제 거의 다 내려온 것 같다

오늘 하루가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 건 빗소리 때문일까

아니면 오늘 보통 산행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것들을 접해서 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하늘은 맑게 개이고 산행종착지인 도로에 도착했다

(멀리 인수봉, 백운대가 아련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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