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눈꽃산행(2부)

2022. 11. 7. 15:00100대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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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토요일 아침에 눈을 떠보니 5시다.

영숙은 한숨도 못잤다며 어쩜 코를 그렇게 골며 잠도 잘자냐구 했다.

영찬은 배멀미에 쓸개즙까지 다 토했다며 다시는 한라산 안오겠단다.

옥경이도 효순도 잠을 설쳤단다.

6시도 안되어 우리는 싸가져온 도시락을 펼쳤다.

이른 아침이라 밥들을 조금씩 밖에 안 먹었다.

휴게실에서 햇반을 3개나 돌려 왔는데 그대로 남았다.

 

풍랑주의보로 제주항 도착예정 시간이 9시 30분이라고 안내 방송이 나왔다.

예정시간보다 1시간 30분이 지연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일행은 누울사람은 눕고 샤워장도 가고 자유시간을 가졌다.

 


 효순과 나는 7시 30분이 되어 일출을 보기위해 갑판으로 나갔다.

현옥은 어딜 갔는지 방에서 갑판에도 보이질 않했다.

7시 40분이 넘어 일출을 볼 수가 있었다.

날씨가 아주 쾌청하지를 못해 일출광경이 아름답지는 못했다.

 


 방으로 돌아와 배낭을 챙겼다.

산행에 필요 없는 쌀 라면 햇반 부탄가스 등은 따로 싸서 남겨 놓았다.

안내방송에서는 물건을 모두 가지고 나가라 재방송을 계속 했다.

그래도 배낭무게를 줄이려면 어쩔 수 없었다.

상군도 마찬가지였다.

 

9시 30분이 넘어 제주항에 도착했다.

제주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린마운틴 버스를 찾아 차에 오르니 산악대장이 산행안내를 했다.

도시락과 생수도 한병씩 나누어 주었다.

도식락이 차가운걸 보니 오늘 아침에 한 밥은 아닌 듯 했다.

오늘 산행은 성판악에서 출발하여 관음사로 하산하는 코스다.

백록담 정상에 가려면 이길 밖에 없다.

작년 8월 한라산 산행때엔 관음사를 출발하여 성판악으로 하산했었다.

오늘은 배가 1시간 30분 연착하여 산행시간이 촉박했다.

산행시간은 7시간을 주었다.

평균 8시간 거리인데 서둘러야만 할 시간이었다.

관음사에 5시 30분까지 하산해야 했다.

성판악 대피소에 도착하니 10시가 넘었다.

화장실 다녀오고 눈이내려 아이젠 차고 이런 저런 준비하니 10시 20분이다.

진달래 대피소 컷오프 시간이 12시고, 용진각은 1시 30분이었다.

문제는 두대피소 컷오프 시간이었다.

성판악매표소에서 진달래 대피소까지 거리는 7.3km이다.

보통 1km 산행시간을 평균 30분 잡으면 3시간 거리다. 

1시간 40분만에 7.3km를 간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대장 영찬도 이걸 알기 때문에 뒤쳐지는 여친들 땜에 난감해 했다.

난 후미를 책임지기로 했지만 정상을 밟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옥경이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자기 신경쓰지 말고 먼저 가란다.

할 수 없이 영찬이 후미 여친들을 챙기기로 하고 난 앞으로 튀어 나갔다.

배멀미 하며 여기까지 와서 정상도 못보고 가는 영찬한테 미안할 뿐이었다.

난 사력을 다해 내 달렸다.

중간에 현옥을 만났는데 아랑곳 하지 앞질러 나갔다.

현옥도 따라오질 못했다.

앞치고  나가는 사람들이 꽤 있어 전진은 어렵지 않았다.

진달래 대피소 1km 전방까지는 길이 거의 평지라 잘 나아갈 수 있었다.

평균 1km를 15분에 주파한 듯 하다.

진달래 대피소 1km를 남겨두고 오르막길이 시작되었는데 전진이 안되었다.

시간은 12시가 다되어 갔다.

백록담을 포기해야 겠다고 생각하니 너무 허무했다.

다시 사력을 다해 오르고 또 올랐다.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하니 12시 5분이었다.

통제소를 지키는 관리인이 금줄을 치며 출입차단을 시작하고 있었다.

 

 


 통제소에서 지켜 보고 있으니  많은 사람들의 항의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배가 연착되었으니 사정을 봐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명의 관리인 가지고는 통제 불능의 사태였다.

난 현옥을 기다렸다.

“나현옥”을 소리 높여 불러도 나타나질 않았다.

12시 15분이 되니 현옥이 눈에 들어 왔다.

화숙도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현옥은 화가 잔뜩나 있었다.

뒤에 남겨 두고 혼자만 먼저 올라왔다고 삐진 것이다.

두여인은 날 남겨두고 앞질러 가벼렸다.

진달래 대피소에서 백록담까지는 2.3km 1시간 거리다.

길이 계속 오르막 길이었다.

난 더 이상 힘이 빠져 올라갈 수가 없었다.

초반에 너무 오버페이스한 탓이었다.

배도 고파 왔다.

올라오는 길가엔 눈위에서 도시락을 펼쳐 놓고 식사들을 했다.

그렇다고 여기서 점심을 먹으면 더 못올라갈 수도 있다.

500m쯤 올라와 간식이라도 챙겨 먹여야 했다.

배낭을 눈위에 내려 놓고 귤을 3개 꺼내 허겁지겁 먹어 치웠다.

사과도 눈위에 비벼 껍질까지 먹어치웠다.

생수 한병도 꺼내 단숨에 들이 켰다.

올라올때 땀을 너무 흘린 탓에 탈수증상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배가 차지 힘이 좀 나는 듯 했다.

그래도 여전이 정상속도는 낼 수가 없었다.

백록담을 1km 남겨두고 부터는 눈보라에 기온까지 급감하여 최악의 날씨였다.

마스크를 꺼내 쓰고 눈보라를 정면으로 맞으며 전진했다.

올라오는 계단 나무 난간에 얼어 붙은 눈꽃이 환상이었다.


  


백록담에 도착하니 1시 45분이었다.

30분이 지연된 것이다.

앞서간 상군 현옥 화숙을 찾아봐도 보이질 않았다.

정상은 날씨가 너무 추워 오래 머물기도 힘들 상황이었다.

백록담도 눈보라에 막혀 보이질 않았다.

작년 8월에 바라본 백록담을 연상할 수 밖에 없었다.

사진을 찍으려 장갑을 벗으면 손가락이 떨어져 나가는 듯 했다.

기념사진 2컷을 남기고 하산을 서둘렀다.

 


 용진각까지 1시 30분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너무 늦었다.

하산길이라 스틱을 폈다.

비싸게 산 독일산 레키 스틱인데 이때 안쓰면 언제 사용해 보랴.

그러나 습관이 안되어서 인지 불편하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용진각까지 내려오는 길은 한라산 코스중 가장 가파른 난코스다.

줄이 없으면 내려 갈 수가 없을 정도다.

힘들게 미끄러지 듯 용진각에 도착하니 2시가 좀 넘었다.

대피소에 들어가 점심도시락을 펼쳤다.

밥이 얼어서 먹을 수가 없었다.

생수도 입구가 얼어 나오길 않았다.

다행이 여분으로 가져온 햇반은 얼지를 않했었다.

허접 지겁 식사를 마치니 2시 30분이다.

통제소 관리인이 하산시간이 1시간이나 늦었다고 하산을 제촉했다.


 

관음사까지는 6.8km 3시간 30분거리다.

그러나 하산길이고 올라올때 생각하면 2시간이면 내려갈 수 있을 것 같다.

열심히 달려 내려가니 하산객들로 앞길이 막혀 앞지르기가 쉽지 않았다.

하산객들이 끝이 보이질 않았다.

우리 일행 만나기는 틀린 듯 했다.

핸드폰이 터지질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었다.

탐라계곡대피소에 도착하니 핸드폰이 터쳤다.

현옥과 통화를 하니 거의 다 내려갔단다.

난 아직도 3.2km 1시간 이상은 내려가야 할 거리다.

좀 기다리지 않고 그리 빨리 내려간게 너무 야속했다.

빨리 내려가서 뭘 하려는지 이해도 가질 않았다.

다른 팀들이 눈길에 모여 앉아 소주도 마시며 왁자지껄하는게 넘 부러웠다.

관음사에 도착하니 5시였다.

아이젠을 풀고 스틱을 접고 쓰레기를 버린후 5시 30분발 산악회버스를 탔다.

아침 산행시작때부터 하산이 끝날때 까지 줄기차게 내리던 눈도 그쳤다.

버스에 올라 언제 또 올지 모르는 한라산과 작별을 했다.

(3부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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